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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달려 있다 -the Leader (201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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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달려 있다 | 더리더(the Leader) 입법국정전문지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달려 있다

[강석승의 북한이야기]


미래안보전략연구원 강석승 원장입력 : 2018.03.15 17:19

지난해까지만 하여도 한반도의 주변 정세는 물론이고 남북한관계는 그야말로 차디찬 빙판처럼 냉랭하기만 하였으나, 지난 1월9일 근 2년 만에 남북한 간 고위급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면서 이런 냉랭한 분위기는 점차 가시기 시작했다. 이후 남북한 간에 열린 북한선수단과 응원단, 예술단, 태권도시범단 등의 파견문제 협의를 위한 일련의 실무회담과 국제올림픽위원회의 북한선수단 참가와 관련한 이른바 ‘와일드 카드’ 적용으로 그 분위기는 급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실세로 떠오르고 있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인 김여정과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그리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 등이 우리나라를 방문함으로써 경색되었던 남북한관계는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큰 변화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2박3일의 짧은 일정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무려 4번씩이나 만난 김여정은 문 대통령에게 “평양을 방문해 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하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전달함으로써 내외의 큰 주목을 받았으며,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여건이 조성된다면, 평양 방문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지난 2007년 이래 10여 년간 중단되었던 남북 정상 간의 만남에 대한 기대가 크게 일어났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동안 이낙연 총리와 안보실장, 관계 장관 등을 잇달아 만난 뒤 평양으로 돌아간 김여정 일행이 김 위원장에게 방남 결과를 보고하자,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향후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하였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해당 기관들에 남북관계 개선 발전을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우라고 ‘강령적 지시’도 내렸다고 보도함으로써 사회, 문화, 체육 등 민간교류 활성화는 물론이고 제3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협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상회담 개최문제와 관련하여 필자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은 쌍수(雙手)를 들어 크게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문 대통령이 말한 “정상회담 성사 여건이 하루라도 빨리 조성될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 마음이 매우 크다. 왜냐하면 분단 70여 년에 이르는 동안 남북한 간의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 반목과 대립으로 점철되어 왔던 남북한관계가 이미 열렸던 두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으로 인해 개선과 발전의 새로운 계기와 이정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분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이루어졌던 지난 2000년 6월 제1차 정상회담의 경우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남북 서로간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가운데 평화통일을 실현할 기반을 구축하였으며, 2007년 10월의 제2차 정상회담 역시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는 가운데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민족 공동의 번영과 통일을 실현하는 ‘10·4 선언’을 채택하였다.


물론 이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이번 정상회담 제안이 이루어지기까지의 남북관계나 한반도의 주변 정황은 크게 다르다. 즉 제1차 정상회담 당시는 미국과 북한 간의 ‘제네바회담’에 따라 북핵이 동결상태였고, 제2차 정상회담 당시에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6자회담’을 통해 ‘2·13 북핵합의’를 이끌어낸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김정은의 뜻’(?)을 받들어 주도면밀한 계획과 준비하에 “민족 공동의 기개와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고위급 대표단과 예술단, 응원단, 선수단을 파견하기 전까지만 하여도 남북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불투명하였고, 한반도 주변 정황 역시 고도의 긴장감이 조성됐었다. 그 주된 이유는 바로 북한당국이 거듭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반평화적 도발행위를 자행함으로써, 자칫하면 한반도가 화약고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감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은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단추가 자기 책상 위에 있다”면서 미국을 공갈 협박하였으며, 미국 역시 북한의 핵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적 옵션 검토’ 등 무력까지 동원할 태세였다.


바로 이런 일촉즉발의 긴장 조성 상황에서 실로 모처럼만에 남북의 정상이 “대화와 협상”이라는 평화적 방법으로 새로운 관계 정립과 발전을 이룩할 정상회담문제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고, 그 공(球)을 북한에 넘겼기 때문에 그 의미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는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말처럼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이란 남북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만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남북한관계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발전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이를 이행하고 실천하려는 진정한 정책 추진 의지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듯한 말이나 구호(口號)로만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이에 따른 관계자들과의 대화와 협상이 이루어져도, 그 이면에 진정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을 반드시 이룩하고 우리가 그토록 절절하게 염원하고 있는 평화통일의 지상과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확고한 정책 추진 의지가 담보되어야 한다. 즉 한반도 긴장상태의 완화와 평화적 환경 마련, 그리고 민족화해와 통일 분위기 조성, 우리민족끼리 원칙에서 남북한 간 현안 해결 등을 백번 강조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현실적 조치를 하나도 취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성과도 이룩할 수 없다.


특히 이런 강조를 하면서도 한반도 긴장을 촉발하거나 한반도를 화약고로 전변시킬 수 있는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 미사일 발사 등 반평화적 도발행위를 감행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평화를 가장한 위협과 공갈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바로 이런 점을 감안하여,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평양 방문과 정상회담 제의에 대해 “여건조성”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북한당국이 진정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그리고 이를 위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매우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전 세계 국가들이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는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반평화적 행위를 전면적으로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완전하고도 돌이킬 수 없으며 검증 가능한 핵폐기나 동결 등”과 관련한 구체적이고도 세부적인, 그야말로 살아있는 현실적인 조치들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과거의 경우처럼 ‘핵문제’는 철저히 미국과만 관련된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동족인 한국과의 대화와 협상 의제에서 배제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적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남북관계 개선의 공은 이미 북한에 넘어가 있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의 폐기 내지 동결과 관련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조치를 하루라도 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다. 


즉 가장 절실하고도 큰 문제는 바로 북한의 ‘핵폐기’와 관련한 구체적 조치의 이행과 실천이다. 즉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반평화적 도발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거나, 이와 관련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이행과 실천방안을 내놓아야만 남북정상회담이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릴 수 있다. 말하자면 북한의 비핵화는 펜스 미 부통령이 김여정의 청와대 예방을 앞두고 언명한 것처럼 “변화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인 것이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자 필요충분조건인 것이며, 이것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한 그 성사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개꼬리 3년 묻어 두어도 황모(黃毛)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최근 북한당국의 행태를 조금만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해 보면, 겉 다르고 속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함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즉 문 대통령이 평양 초청장을 받은 바로 그날만 하여도 북한은 “미국에 맞서 핵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하였으며, 그 이전과 이후의 남북 고위급 간의 만남과 대화에서도 “북핵과 관련한 문제”는 단 한마디도 없었으니, 이는 바로 그들에게 있어 가장 “민감하고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소재”에 대한 외면이나 회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바로 이런 점을 누구보다 잘 간파하고 있는 미국이었기에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 최대의 대북 압박작전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며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원하면 대화도 하겠다”는 기조를 밝히고 있다고 보인다. 이는 곧 북한에 대해 “핵 포기 없이는 제재와 압박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으며, 남북관계의 진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복합적 의미를 가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빅 카드(Big Card)를 통해 물샐 틈 없이 죄어오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의 그물망을 피하는 가운데 대북 공조의 틀을 이완시키거나 깨고자 하는 것이며, 이에 덧붙여 핵 및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정밀화, 규격화, 경량화, 소형화 등을 도모하기 위한 시간을 벌고자 하는 것이며, 남남갈등 유발을 통해 그들이 변함없이 추구하고 있는 “전 한반도의 공산화혁명 달성”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며, 이밖에도 체제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극심해지고 있는 ‘통치자금의 고갈’을 보전(補塡)하기 위한 대체(代替) 원천으로 우리나라를 이용하려는 함의(含意)가 개재해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이란 바로 북한당국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하거나, 아니면 어떤 일이 있어도 “현상태에서 동결하겠다”는 확고한 담보를 제공하거나, 이를 전제로 한 ‘미국과의 회담’에 진정성을 가지고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정책기조나 추진의지를 분명하고도 진솔하게 밝혀야만 할 것이다. 아니, 이보다 더 후퇴하여 지난 1999년 9월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했던 것처럼 적어도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는 것도 한 방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 과거의 몇몇 선례, 즉 1990년대 초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나 ‘제네바 합의’, 그리고 2000년대 중반 “6자회담을 통한 9·19 성명과 2·13 합의”처럼 ’모양내기식‘의 선언과 합의만을 제시하여 그들에게 유리한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다가는 오히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크게 될 것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로서도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전후로 하여 정부와는 다른 시각과 접근 방법을 가지고 있는 야당과 일부 보수층을 대상으로 하여 지속적으로 설득과 협조를 요청하는 가운데 한미 공조를 더욱 긴밀하게 유지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강경책만이 아니라 유화책으로 ‘북미 대화’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도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의 견고한 유지를 통한 굳건한 안보 공감대 구축과 유사시에 대비한 경계태세의 완비(完備)이며, 이를 기반으로 북한당국이 더 이상 무모하고도 시대착오적인 독불장군식 ‘막가파 행태’를 나타내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회유하는 가운데 한반도가 더 이상 화약고로 변하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일이다.


결국 북한당국이 진정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원하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나 압력의 끈을 느슨하게 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할 의사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개과천선(改過遷善)의 의지를 “말이나 구호”만이 아닌 실천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다른 어떤 때보다 핵폐기와 관련한 북한당국의 납득할 만한 이행조치나 실천의지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 하겠다.  

강석승 원장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행정학 박사


※이번 호부터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과 더리더와의 업무협약”에 따라 강석승 원장의 글을 <월간 군사저널>과 <더리더>에 동시에 게재키로 하였음을 밝혀 둡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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